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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년열구] 제10장.

제10장 타오화이난은 형이 대체 왜 웃는지 알 수 없었다. 한참이나 옆에서 큭큭거리자 결국 기분이 상해 작은 손으로 식탁을 탁탁 치며 투정하듯 말했다. "자꾸 웃으면 나 화낼 거야!" 타오샤오동은 웃음보가 더 크게 터졌고 한바탕 웃고 나서야 아이의 작은 손을 주무르며 말했다. "안 웃을게, 얼른 먹어 곧 다 녹아버리겠다."라고 말했다. 타오화이난은 발가락으로 스예예의 몸을 꾹꾹 밟았는데, 부드러운 털이 발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느낌이 푹신푹신했다. 타오화이난은 발가락을 폈다 오므렸다 하며 한참을 그렇게 놀았다. 눈이 보이지 않았기에 타오화이난은 촉각에서 오는 사소한 움직임들을 아주 좋아했다. 소리를 제외하면 촉감은 그가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유일한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소리와 촉각에 무척 민감했는..

[진년열구] 제9장.

제9장 타오화이난은 그 한마디를 내뱉고 가려고 바로 몸을 돌리는 순간 하마터면 티엔이의 찻상에 부딪힐 뻔했다. 티엔이가 얼른 그의 허리를 낚아채 다시 품에 안았다. 그러고는 팔도 주물러보고 배도 만져보며 커다란 인형이라도 되는 양 귀여워했다. 형의 친구들이든 주변 어른들이든 타오화이난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너무나도 착해서 누구네 집에 가든 보채거나 떼쓰지 않았고, 손에 작은 물건 하나만 쥐여주면 조용히 만지작거리며 어른들에게 절대 번거로움을 주지 않았다. 하얗고 말랑한 데다 우유 냄새까지 풍기니, 어른들에게서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예쁜 아이였다. 운명이란 참 불공평했다. 이렇게 착한 아이가 검고 맑은 큰 눈동자를 또로록 굴리는데 정작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었다. 안에서 무슨 대화가 ..

카테고리 없음 2026.01.15

[진년열구] 제8장.

제8장 집안에서 보살핌을 받는 데 익숙하다가 갑자기 집을 떠나 단체 생활을 하게 되면 꽤 오랜 적응기를 거치게 된다. 눈은 인간이 외부 세계와 소통하고 반응을 주고받는 제1의 창구이며 이 연결이 한 번 끊어지면 다른 모든 것들은 더욱 고단해지기 마련이다. 밤에 자기 전에는 달래야 했고, 아침에 깨어나면 또 다들 울음바다였다. 잠에서 깼을 때 집에 있지 않고 아빠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절망적인 일인가. 타오화이난은 그들보다 훨씬 씩씩해서 둘째 날 아침에는 그저 눈물을 살짝 훔쳤을 뿐 그 뒤로는 놀랍게도 다시 울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그는 본래 형과 며칠씩 떨어져 지내는 일이 잦았고, 형이 가장 길게 집을 비웠던 보름 남짓 동안 그는 티엔이(田毅) 형네 집에서..

[진년열구] 제7장.

제7장 츠쿠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타오화이난은 잔뜩 굳은 얼굴로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침대 발치로 엉금엉금 기어가더니 바닥으로 쏙 내려갔다. 그리고는 몸 전체로 불쾌함을 뿜어내며 돌아서 가버렸다. 츠쿠는 일어나 앉아 고개를 내밀고 살펴보았다. 타오화이난이 맨발로 소파 쪽으로 가서 스예예를 찾더니, 그 곁에 쪼그리고 앉아 머리를 맞대고 무어라 투덜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아주머니가 주방에서 요리하는 달걀 볶음 냄새가 풍겨왔다. 타오화이난은 그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다가 소파에 앉아 자신의 발가락을 조물조물 문질렀다. 타오샤오동이 돌아왔을 때 타오화이난은 아직 식사 중이었다. 그릇 주변엔 밥알이 잔뜩 떨어져 있었고 아주머니가 막 밥을 먹여주려던 참이었다. 문소리가 나자 타오화이난은 숟가락..

[진년열구] 제6장.

제6장 그날 밤 이후로 타오샤오동이 돌아오지 않을 때마다 타오화이난은 안쪽에서, 츠쿠는 바깥쪽에서 잤다. 츠쿠는 잠버릇이 아주 얌전했다. 아빠에게 매 맞으며 자란 탓인지 잠귀가 밝아 밖으로 차만 지나가도 깨곤 했다. 타오화이난은 달랐다. 잠들면 아주 태평한 아기 돼지처럼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밤새 부산을 떨었다. 어떨 때는 베개를 잘 베고 잤는데 아침에 깨보면 머리가 침대 발치로 가 있기도 했다. 집안에서 오냐오냐하며 자란 탓에 생긴 버릇인데 잘 때 꼭 다리를 사람에게 걸쳐야 했다. 포동포동한 종아리를 쓱 들어 올려 옆 사람 몸 위에 툭 얹는 식이었다. 츠쿠는 가끔 한밤중에 다리가 얹어지는 바람에 깨곤 했는데 처음에는 밑으로 밀어냈지만 나중에는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밀어내 봤자 언제 다시 다리가 올라올지..

[진년열구] 제5장.

제5장 이 이름은 할머니가 지어주신 것이었다. 태어나서 줄곧 호적에 올리지 못하다가 네 살 때 마을에서 강제로 등록하게 되자, 할머니는 한참을 고민하다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씀하셨다. "그냥 츠쿠로 하자. 태어날 때부터 고생만 하니." 할머니는 천한 이름이라야 잘 산다고, 천한 팔자는 귀한 이름을 감당하지 못한다고도 하셨다. 천한 팔자는 정말 질기기도 했다. 지난 세월 츠쿠는 아빠에게 그렇게 두들겨 맞고 짓밟히면서도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타오샤오동이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지어준 거야?" "할머니요." 츠쿠가 답했다. 타오샤오동은 무언가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어린아이는 이름의 함축적인 의미를 모를 수도 있고, 제 이름이 어떻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타오샤오동은 지나가며 아이의 머리를 가볍게 딱..

[진년열구] 제4장.

제4장 만약 타오화이난이 차 안에서 잠깐 잤던 그 잠과, 아침에 형이 짐을 챙길 때 빠뜨린 작은 담요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그날 결코 차를 돌려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 작은 담요는 타오화이난이 잘 때 반드시 몸에 덮어야 하는 것이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바꾼 적이 없어 이미 아주 낡아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담요가 바뀌면 타오화이난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타오샤오동이 담요를 가지러 돌아갔을때, 마침 할머니가 그 아이를 가로로 안고 울면서 타오네 옛집에서 뛰쳐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아이의 머리는 온통 피투성이였고, 알몸으로 눈을 감은 채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노인은 타오샤오동을 보자마자 그의 팔을 움켜쥐었고, 아이는 그녀의 손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매끄러운 두 다리를 축 늘어..

[진년열구] 제3장.

제3장 타오샤오동은 점심때가 되어서야 돌아왔다. 안치가 끝난 뒤 마을에서 도와준 이웃들에게 식사 대접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돌아오면서 아이들 몫의 밥도 챙겨온 그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타오화이난에게 물었다. "오줌 참느라 힘들었지?" 타오화이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에도 벽 구석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타오샤오동은 평소처럼 어린아이에게 줄 밥과 반찬을 덜어주었다. 알루미늄 그릇을 내밀자 아이는 그의 손에 들린 그릇을 그저 말없이 한참 동안 바라볼 뿐 받지 않았다. 그는 얼굴도 들지 않고 고개도 들지 않았으며, 타오샤오동도 그를 신경 쓸 마음이 없어 그릇을 그의 옆 수납장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알아서 먹어." 어린아이는 두 손을 뒤로 맞잡고는 등을 벽에 기댄 채 몸을 까닥거..

[진년열구] 제2장.

제2장 타오샤오동은 막대기를 총 세 번 휘둘렀다. 술꾼은 이성이 없었고 얻어맞았다고 해서 고분고분 물러날 리 없었다. 그는 타오샤오동에게 맞서보려 했으나 몸을 채 가누기도 전에 타오샤오동이 내리친 막대기에 다시 고꾸라졌다. 할머니는 다시 울부짖으며 타오샤오동을 가로막았다. 그를 "타오가네 녀석"이라 부르며 그만 때리라고 소리쳤다. 결국 술꾼과 할머니는 떠났고, 가면서 벽돌 한 조각을 집어 마당으로 던졌는데 그것은 바닥에 떨어져 반으로 쪼개졌다. 한참 멀리 가더니 또 벽돌 하나를 집어와 대문을 내리쳤다. "쾅" 하는 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갑작스럽고도 섬뜩하게 울려 퍼졌다. 타오샤오동은 그가 다시 벽돌을 던지기도 전에 이미 방 안으로 들어와 불을 켜고 동생을 살폈다. 타오화이난은 스스로 더듬거리며 작은 스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