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년열구 陈年烈苟/진년열구 00장~24장(무료분)

[진년열구] 제4장.

chushiyu 2026. 1. 12. 12:46

제4장



만약 타오화이난이 차 안에서 잠깐 잤던 그 잠과, 아침에 형이 짐을 챙길 때 빠뜨린 작은 담요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그날 결코 차를 돌려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 작은 담요는 타오화이난이 잘 때 반드시 몸에 덮어야 하는 것이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바꾼 적이 없어 이미 아주 낡아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담요가 바뀌면 타오화이난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타오샤오동이 담요를 가지러 돌아갔을때, 마침 할머니가 그 아이를 가로로 안고 울면서 타오네 옛집에서 뛰쳐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아이의 머리는 온통 피투성이였고, 알몸으로 눈을 감은 채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노인은 타오샤오동을 보자마자 그의 팔을 움켜쥐었고, 아이는 그녀의 손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매끄러운 두 다리를 축 늘어뜨린 채 축 처졌다.

츠씨네 아이는 아빠가 있는 힘껏 때려 결국 기절을 한 것이었다.

괭이 자루가 머리를 휩쓸고 지나가자 뒷머리에서 즉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작고 마른 아이는 두 눈을 감고 의식을 잃었으며, 바닥에 쓰러진 채 손발이 뒤틀리며 이따금 움찔거렸다.

할머니는 뒤쫓아와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었고, 입고 있던 솜옷을 벗어 아이를 덮어준 뒤 아이를 안아 들고 사람을 부르러 뛰어 나갔다.

타오샤오동이 딱 이 시간에 돌아온 것, 이 모든 것은 아마도 운명이었을 것이다.

병원 응급실 밖, 타오화이난은 형을 따라 들어와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맞은편의 노인은 계속해서 울고 있었고 정신이 약간 혼미해진 듯 그녀는 츠씨 가문의 대대로 내려오는 일들을 중얼거렸다. 조상 묘 자리가 좋지 않다느니, 조상님이 노하셨다느니, 그래서 대대로 이 꼴로 사는 것이라며 사는 게 죽느니만 못하다고 한탄했다.

그녀는 쉴 새 없이 타오샤오동에게 말을 걸었다. 타오샤오동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타오샤오동은 중간에 타오화이난을 안고 나가 돈을 찾아와 병원에 1만 위안을 수납했다. 할머니는 주머니에 돈 한 푼 없었기에 두 손을 모으고 타오샤오동을 향해 절을 했다.

타오샤오동은 타오화이난을 안은 채 그녀에게 말했다. "의사 말이 며칠 입원해야 한답니다. 뇌진탕이고 머리 상처도 꿰매야 해요. 돈은 이 정도면 충분할 겁니다."

그가 이 말을 한 의도는 이제 떠나고 싶다는 뜻이었다. 돌아가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고, 이번에 자리를 비운 동안 친구들이 대신 일을 봐주고 있었다.

노인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즉시 눈물을 쏟아내며 타오샤오동의 팔을 꽉 움켜쥐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이미 상태가 좋지 않아 눈동자 겉면에 뿌연 막이 씌워져 있었고, 혼탁하고 굳어 보였다.

타오샤오동의 기억 속에서 그녀는 늘 울고 있었다. 그가 어릴 적 그녀는 아직 젊었지만 그때도 자주 울곤 했었다.

"이대로 두면 조만간 애를 때려죽일 겁니다." 타오샤오동이 병실 쪽을 힐끗 보며 말했다. "힘닿는 데까지 보살펴 보세요."

이 말이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그 자신도 알고 있었다. 평생 삶에 시달려온 노인이 감당하기에 그녀는 너무나 나약했다.

노인은 마지막 나무라도 붙잡듯 그의 팔을 필사적으로 거머쥐었고, 늙은 손끝이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 눈에서는 끊임없이 혼탁한 눈물이 흘러나왔고, 손에 힘을 너무 준 나머지 떨기 시작했다. 타오화이난을 안고 있는 타오샤오동의 팔까지 그녀를 따라 떨릴 정도였다.

그녀의 손가락 마디가 타오화이난의 다리에 닿았다. 그녀는 한 손으로는 타오샤오동을 붙잡지 못할까 봐 겁이 났는지, 다른 한 손으로 타오화이난의 종아리까지 붙잡았다.

타오화이난은 그녀에게 붙잡히는 순간 몸을 움찔했다. 그 손은 얼음처럼 차갑고 바싹 말라 있었기에 타오화이난은 깜짝 놀랐다.

노인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고, 얼굴의 깊게 팬 주름마다 고통스러운 떨림이 가득했다.

그녀는 눈앞의 두 형제를 필사적으로 붙잡았고, 눈물에 젖어 반쯤 멀어버린 눈으로 형제들을 번갈아 보았다.

타오씨네는 좋은 집안이고, 대대로 마음씨가 착했다.

무릎이 바닥에 닿으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

"타오가네 아이야…… 이 애를 데려가 주게. 그저 밥이나 좀 먹여주면 되니——"

"네 동생 눈이 좋지 않으니, 네 동생을 위해 고양이나 강아지 한 마리 키우는 셈 치고, 작은 가축처럼 부리며 곁에 둬주게나……"

"살아만 있으면 되네. 구차하게 살든 어떻게 살든 그게 다 운명 아니겠나……"

아이는 다음 날이 되어서야 깨어났다.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발치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타오화이난이었다.

머리가 갑자기 욱신거리는 통증에 그는 손을 들어 머리를 짚었고, 거즈 뭉치를 만졌다.

타오화이난은 소리를 듣고 부드럽게 물었다. "깼어?"

아이는 아무 말 없이 병실 안과 타오화이난, 그리고 링거 스탠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이가 말이 없자 타오화이난도 더 묻지 않았다. 침대 발치에 앉아 손에 든 모래주머니를 조물거렸고, 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병실 안의 두 아이는 각자 침묵을 지켰다. 지난 며칠 동안 그들이 함께 보냈던 대부분의 시간처럼.

타오샤오동이 죽을 들고 돌아오자, 타오화이난은 고개를 살짝 돌려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타오샤오동이 물었다. "깼니?"

타오화이난이 대답했다. "깬 것 같아."

타오샤오동은 죽을 옆 수납장 위에 내려놓으며 물었다. "어디 아픈 데는 없고?"

침대 위 소년은 그를 빤히 바라볼 뿐,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타오샤오동도 더 묻지 않고 덧붙였다. "어디 아프면 말해, 의사 선생님 불러줄 테니."

소년은 죽을 반 공기쯤 먹더니, 이내 전부 토해버렸다.

병원의 청소원이 대걸레를 들고 와 바닥을 닦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한마디 던지고 지나갔다. "먹기 힘들면 먹지 마."

타오샤오동이 더 먹겠느냐고 묻자 그는 멍하니 반응이 없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간신히 한마디를 뱉었다. "안 먹어요."

타오샤오동과 타오화이난이 모두 그를 바라보았고, 타오샤오동이 말했다. "배고프면 말해."

그는 깨어난 순간부터 줄곧 침묵하며 멍한 모습이었다.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왜 이 사람들이 곁에 있는지조차 묻지 않았다.

링거를 다 맞고 몇 가지 검사를 더 받은 뒤, 오후가 되어 누가 봐도 새로 산 옷을 입고 그들에게 이끌려 병원을 나설 때까지도, 그는 어디로 가느냐고 단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

차 안의 피자국은 대강 닦아냈지만 여전히 비릿한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그는 뒷좌석에 평평하게 누운 채 고개를 돌려 앞좌석의 형제를 바라보았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하늘은 잿빛이었다.

차는 몇 시간 동안 달렸고, 차에서 내릴 때는 이미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웠다.

차에서 내린 후 그는 다시 한번 토했고, 타오샤오동이 손을 뻗어 그의 등을 몇 번 토닥여주었다.

그는 또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2인실에 입원했다. 타오샤오동은 그를 돌볼 간병인을 고용했다. 간병인이 입원에 필요한 생필품 목록을 적어주자, 타오샤오동은 잠시 나가 모든 준비를 마친 뒤 타오화이난을 안고 떠났다.

옆 침대에도 아이가 있었는데, 아빠는 옆의 보조 침대에서 자고 엄마는 아이와 함께 병실 침대에서 비좁게 잠을 청하고 있었다.

간병인은 그의 소변을 받아준 뒤 옆 보조 침대에 누워 작지 않은 소리로 코를 골았다. 그는 그 코 고는 소리를 배경 삼아 잠이 들었다.

그는 병원에서 일주일을 지냈고, 그사이 타오샤오동이 두 번 면회를 왔다.

병실 창문 아래에는 라디에이터 두 개가 있어, 뜨거운 열기가 올라와 사람의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그의 코는 이미 동상으로 망가져서 덥든 춥든 늘 콧물이 흘렀다. 간병인이 휴지를 가져와 닦아주었는데, 며칠 그러고 나니 코밑이 빨갛게 헐어 살짝만 닿아도 아팠다.

간병인이 다시 코를 닦으려 손을 대자 그는 간병인의 손을 거칠게 밀쳐버렸다. 그 뒤로 간병인은 그를 돌보지 않았다.

타오샤오동이 타오화이난의 손을 잡고 데리러 왔을 때, 그의 코밑에는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타오샤오동은 그에게 옷을 갈아입으라고 하며 휴지 한 장을 툭 던져주며 코를 닦으라고 했다.

그는 말없이 휴지를 받아 코밑을 슥 문질렀다. 감기가 낫지 않은 타오화이난도 훌쩍거리자 타오샤오동은 휴지 한 장을 더 뽑아 건네주었다.

타오화이난은 머리에 털모자를 쓰고 목에는 손수 뜬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모자 하나를 츠씨네 아이에게 내밀었다.

"쓰거라, 머리에 바람 쐬면 안 돼." 타오샤오동이 말했다.

아이는 모자를 받아 썼다.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그들을 따라 병원을 나서 차에 탔다.

이번에는 승합차가 아닌 승용차였다. 타오화이난은 그와 나란히 뒷좌석에 앉아 있다가, 주머니를 뒤적여 막대사탕 두 개를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나 하나만 까줘, 나머지 하나는 너 해."

아이는 고개를 숙여 사탕 하나를 까서 그에게 주었고, 나머지 하나는 먹지 않았다.

"집이 그립니?" 타오샤오동이 갑자기 앞좌석에서 말을 건넸다.

아이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며 말했다. "아니요."

"안 그립다니 다행이네." 타오샤오동은 신호 대기 중에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앞으로 우리랑 같이 사는 거다."

그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잠시 후 고개를 창밖으로 돌려 지나가는 차들과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말이 너무 없었다. 묻지 않으면 거의 입을 열지 않았고, 늘 눈꺼풀을 내리깐 채 바닥만 보았다. 타오화이난은 주머니 속의 간식거리를 이따금 그의 손에 쥐여주었지만, 그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말도 없었으며 그저 미동도 없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중간에 타오샤오동이 물건을 찾으러 잠시 내렸고, 두 아이만 남겨졌다.

형이 내린 후, 타오화이난은 입안에서 막대사탕을 굴리다 손가락으로 사탕을 빼내 쥐고는 츠씨네 아이 쪽으로 몸을 바짝 옮겼다. 그의 말투에서는 달콤한 리치 사탕 향이 났다.

"너, 무서워하지 마, 우리 형 진짜 좋은 사람이야."

츠씨네 아이는 옆으로 살짝 몸을 피했다. 누군가와 이렇게 가까이 붙어본 적이 없었다.

타오화이난은 사탕을 좀 더 빨다가 입에서 꺼내 다시 그에게 바짝 다가앉으며 소곤거렸다. "이제 우리 집에서 살면 아무도 너 안 때릴 거야."

그의 입안에선 사탕 향이 가득했고, 말을 할 때마다 상대의 얼굴에 닿는 숨결에는 그에게서 늘 나던 우유 냄새가 살짝 섞여 있었다.

아이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타오화이난의 얼굴에서 맑게 젖어 있으면서도 초점이 없는 커다란 두 눈이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그들이 사는 곳은 방 두 개와 거실, 주방이 있는 아파트였다.

타오샤오동이 아이에게 아동용 슬리퍼를 내주었고, 신발을 갈아신은 아이는 벽에 딱 붙어 섰다.

"벌 세우는 거 아니야." 타오샤오동이 아이에게 말했다. "외투 벗고 가서 손부터 씻어."

아이의 눈이 이곳저곳을 훑자, 타오샤오동이 화장실 쪽으로 턱을 까딱였다.

"어색해할 것 없어. 앞으로 여기서 살 거니까." 타오샤오동이 다가와 화장실 불을 켜주며 설명했다. "왼쪽은 온수, 오른쪽은 냉수야. 온수 쓸 때는 끝까지 돌리지 마라, 데일 수도 있으니까."

타오화이난도 뒤따라와 손을 씻으려 했다. 세면대 앞에 두 아이와 어른 한 명이 북적거렸다. 타오샤오동이 아이들을 위해 물 온도를 맞춰주자, 타오화이난은 비누를 찾아 손에 쥐고 문지르더니 그의 손에 비누를 쑥 밀어 넣었다.

"항렬로 따지면 넌 나를 타오 삼촌이라고 불러야 해." 타오샤오동이 아이들 뒤에 서서 거울로 두 사람을 보며 츠씨네 아이에게 말했다. "내가 네 아빠랑 또래거든."

아이가 거울을 보다가 타오샤오동와 시선이 마주쳤다. 타오샤오동이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네가 내 동생이랑 나이가 비슷하니까, 동생 따라서 그냥 형이라고 불러."

츠씨네 아이가 대답이 없자, 타오샤오동이 눈을 내리깔며 재촉했다. "불러봐."

아이는 고집을 피우지 않고 입을 열어 불렀다. "형."

"그래." 타오샤오동이 대답하고는 말을 이었다. "내 동생은 앞이 안 보이니까 앞으로 네가 잘 좀 챙겨줘라. 둘이 같이 생활하고 같이 놀고, 싸우지 말고."

타오화이난은 손을 다 씻고 스스로 수건을 찾아 닦았다. 그러고는 옆으로 수건을 내밀며 츠씨네 아이에게도 닦으라고 권했다.

아이는 방금 비누를 내려놓고 계속 물을 흘려보내는 중이었다. 손을 깨끗이 헹군 뒤 타오화이난의 손에서 수건을 받아 대충 슥슥 닦았다.

모두 밖으로 나온 뒤 타오샤오동이 생각났다는 듯 무심하게 물었다. "네 이름이 뭐니?"

아이가 답했다. "츠쿠(迟苦)요."

타오샤오동은 잘 못 들은 듯 되물었다. "츠 뭐라고?"

"쿠(苦)요." 아이는 얇은 외꺼풀 눈을 내리깔며 다시 한번 반복했다. "츠쿠."
(*츠쿠 : 늦게 찾아온 고생, 느리게 겪는 괴로움, 뒤늦은 쓴맛...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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