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년열구 陈年烈苟/진년열구 00장~24장(무료분)

[진년열구] 제10장.

chushiyu 2026. 1. 16. 12:51

제10장

 

 


타오화이난은 형이 대체 왜 웃는지 알 수 없었다. 한참이나 옆에서 큭큭거리자 결국 기분이 상해 작은 손으로 식탁을 탁탁 치며 투정하듯 말했다. "자꾸 웃으면 나 화낼 거야!"

타오샤오동은 웃음보가 더 크게 터졌고 한바탕 웃고 나서야 아이의 작은 손을 주무르며 말했다. "안 웃을게, 얼른 먹어 곧 다 녹아버리겠다."라고 말했다.

타오화이난은 발가락으로 스예예의 몸을 꾹꾹 밟았는데, 부드러운 털이 발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느낌이 푹신푹신했다. 타오화이난은 발가락을 폈다 오므렸다 하며 한참을 그렇게 놀았다. 눈이 보이지 않았기에 타오화이난은 촉각에서 오는 사소한 움직임들을 아주 좋아했다. 소리를 제외하면 촉감은 그가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유일한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소리와 촉각에 무척 민감했는데, 남들이 눈에 의지하는 만큼의 비중을 모두 청각과 촉각에 나누어 쏟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타오화이난은 학교에서 발소리만 듣고도 그것이 츠쿠인지 아닌지 알아맞힐 수 있게 되었다.

체육 시간, 체육 선생님은 한쪽에서 흰지팡이(시각장애인용 지팡이)를 손에 든 채 아이들이 어떻게 점자블록 위를 능숙하고 빠르게 걸어가는지 훈련시키고 있었다.
(*盲杖 : 망장, 시각장애인용 지팡이,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흰지팡이라고 칭함.)

츠쿠는 이것을 배울 필요가 없어서 이 수업 때마다 옆에 서서 멍하니 있곤 했다. 이것은 타오화이난이 가장 싫어하는 수업이었는다. 이 시간만큼은 츠쿠를 놓아주고 혼자 흰지팡이를 쥔 채 덜덜 떨며 머뭇거리다가 점자블록 위를 이리저리 콕콕 짚어 가며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타오화이난은 흰지팡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작은 막대기 하나가 그에게 그 어떤 안정감도 가져다주지 못했다.

다른 수업은 타오화이난도 잘 따라갔으나 오직 체육 시간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흰지팡이 보다 사람의 손에 더 의지했다. 손을 잡고 있으면 곁에 누군가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흰지팡이로 바뀌고 나면 이 빛 없는 세상 속에 오직 작은 자신만 홀로 남겨진 것 같았다.

타오화이난은 흰지팡이의 끝부분이 바닥에서 떨어지는 게 겁이 나는지 손을 높이 들지 못했고, 줄곧 바닥에 붙인 채 앞뒤로 작은 폭으로만 휘저했다. 체육 선생님이 그의 손을 잡고 몇 번 가르쳐주었으나 손을 놓자 타오화이난은 여전히 잘 걷지 못했다. 대부분의 아이는 독립적으로 완수해냈지만 오직 타오화이난만 그러지 못했다.

그가 중간에서 막히면 다른 아이들도 갈 수가 없게 되었다. 결국 체육 선생님은 그를 제일 뒤로 보냈고, 그는 줄의 맨 끝에 서게 되었다.

타오화이난은 풀이 죽은 채 줄의 맨 뒤에 서 있었고, 선생님이 그에게 혼자 연습하라고 했다. 반 아이들의 대열은 이미 그에게서 한참이나 멀어져 있었다.

소리는 점점 멀어졌고,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행복해졌다. 아이들은 즐겁게 걷고 웃었지만, 오직 타오화이난만 가장 불행한 아이가 되어버렸다. 그는 나중에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햇볕은 너무 따가웠으며 반 아이들의 목소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조금 겁이 나기 시작했다. 점자블록을 벗어나 한쪽 손을 앞으로 뻗어 더듬으며 누군가를 찾았다.

츠쿠는 그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그를 향해 달려갔다.

타오화이난은 발소리를 듣자마자 즉시 흰지팡이를 내던지고는, 두 손을 앞으로 뻗어 츠쿠의 팔을 껴안았다. 마치 매번 형의 소리를 들었을 때처럼 포옹하듯 바짝 다가가는 동작이었다.

“너 어디 있었어? 네 소리가 하나도 안 들렸단 말이야.” 타오화이난의 코밑에는 얇게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한 손으로는 츠쿠를 붙잡고, 다른 한 손은 들어 올려 손등으로 땀을 문질러 닦았다.

츠쿠는 그가 바짝 달라붙자 자신도 더워져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 좀 놔줘.”

타오화이난은 말을 듣지 않고 대꾸했다. “놓으면 무섭단 말이야.”

츠쿠는 팔을 휘저어 뿌리치려다 흰지팡이를 주워 그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 “가자”

타오화이난은 받기 싫어했지만 츠쿠가 억지로 손에 밀어 넣자 시무룩한 목소리로 “그럼 우리 같이 가자”라고 말했다.

츠쿠는 장님도 아닌데 점자블록을 걸을 이유가 없었다. 타오화이난이 그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자 츠쿠가 “다른 애들은 다 할 줄 알아”라고 말했다.

“아...” 타오화이난은 입을 벌렸고 코밑에는 다시 땀방울이 맺힌 채 천천히 말했다. “...나만 못해”

이 말을 끝으로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입술을 꾹 다문 채 천천히 손을 놓았다.

그는 반 아이들은 모두 다 할 줄 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반에서 가장 서툴고, 가장 겁쟁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타오화이난은 제자리에 서 있었다. 얼굴은 햇볕에 빨갛게 달아올랐고 커다란 눈은 아래로 떨군 채 무의식적으로 흰지팡이를 땅에 가볍게 반복해서 찍고 있었다.

체육 선생님은 두 아이가 서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이쪽으로 걸어왔고, 흰지팡이를 쥔 타오화이난의 손을 잡고 가르치며 그를 앞으로 이끌었다.

타오화이난은 고개를 살짝 돌렸지만 츠쿠가 따라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고, 다시 고개를 돌려 선생님에게 이끌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이 일 때문에 타오화이난은 오후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체육 수업이 끝나고 줄을 서서 돌아갈 때 그는 앞사람의 옷자락을 붙잡았는데, 어지러운 발소리들이 한데 섞여 있어 앞사람이 츠쿠인지 알 수 없었다. 상대방을 건드릴 용기도 나지 않아 그저 옷 가장자리만 붙들고 있었다.

교실에 도착해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누군가가 손목을 잡고 자리로 데려다 주었다.

츠쿠였다. 발소리로 알아챘다.

츠쿠는 늘 말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타오화이난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타오화이난은 사실 남들에게 미움받는 것에 그리 개의치 않는 편이었다. 체육 선생님이 걷지 못하는 일로 여러 번 꾸중했을 때도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으며 조금 쑥스럽긴 해도 마음에 깊이 두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꽤 오랫동안 상심해서 오후 내내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저녁 식사 시간 츠쿠에게 이끌려 식당에 가고 다시 운동장 활동을 하러 갈 때까지도 그는 줄곧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츠쿠는 무신경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대꾸하기 싫은 것인지, 평소와 다름없이 제 할 일만 했다.

어린 장님의 예민한 마음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계속해서 그 손을 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쓸모없다고 타오화이난은 고개를 숙인 채 생각했다.

이렇게 어린아이들도 무리를 짓고 어울리는 법을 알고 있었다. 처음의 부끄럽고 겁나던 단계를 지나자 조금씩 서로 익숙해졌고, 서로 친해지기 시작하니 무리가 나뉘었다. 누가 누구와 잘 노는지 정해져서 매일 함께 붙어 다녔다.

타오화이난은 이 방면에서 무척 폐쇄적이었는데, 다른 아이들과 접촉하고 싶어 하지 않았고 매일 츠쿠만 붙잡고 있을 줄 알았다. 츠쿠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 때문에 타오화이난은 츠쿠의 손을 놓는 순간 학교에서 아는 친구가 단 한 명도 없게 되었다. 학교에 다닌 지 꽤 되었음에도 그는 심지어 반 아이들 중 누구의 이름이 누구의 목소리인지조차 구별해 내지 못했다.

같은 방을 쓰는 다른 두 소년은 매일 붙어 다녔는데 그중 한 명은 아주 사나웠다. 처음에 가장 심하게 울던 아이 중 하나였던 그는 이제 울지는 않았지만 자주 다른 아이들을 울리곤 했다.

꼬마 기차를 만들어 세면장으로 씻으러 갈 때 타오화이난은 츠쿠를 잡고 있었고 뒤에서는 다른 아이가 그를 잡았다. 힘이 꽤 세서 그의 작은 러닝셔츠가 변형될 정도로 잡아당기는 바람에 앞부분이 목을 조여 왔다.

앞에 계시던 할머니가 이를 보고 그 소년에게 주의를 주며, 잘 따라오고 너무 세게 당기지 말라고 하셨다.

소년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메롱메롱(略略略) 하고 혀를 내밀었다.

타오화이난은 방금 목이 조여 조금 괴로웠기에 무의식적으로 츠쿠를 부르려고 했지만, 츠쿠가 늘 차갑고 사나운 데다 자신을 멍청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떠올라 말을 다시 삼켰다.

츠쿠는 본질적으로 시골에서 자란 야생 아이 였다. 그가 여기까지 살아남은 것이 순전히 운이었고, 도시에서 정성들여 키워진 아이들처럼 예민하고 섬세한 마음 같은 건 없었다.

타오화이난은 마음속으로 온갖 생각을 다 하며 혼자 울컥하고 있었지만, 츠쿠는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밤이 되어 타오화이난은 자신의 침대에 누워 괴로워했다. 스스로가 너무 힘들고 쓸모없다고 느꼈다. 츠쿠는 어떨 때는 그에게 잘해주고 어떨 때는 사나웠는데, 그가 사납게 대할 때면 타오화이난은 몸시 슬펐다.

베개 커버를 손가락 사이로 살며시 만지작거리기만 하고 더 이상 잡아당기거나 흔들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살짝 살짝 만지면서 츠쿠가 저쪽에서 베개 커버를 흔들어주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츠쿠는 침대 저편에서 베개 커버를 머리 밑에 깔고 배를 드러낸채 벌써 잠이 들락 말락 하고 있었다.

타오화이난은 혼자 한참을 고민하며 꾹 참고 베개 커버를 건드리지 않았다. 츠쿠 역시 정말이지 끝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타오화이난은 겨우 잠이 들었다가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어제의 일을 거의 다 잊어버린 채 침대에서 뛰어 내려와 츠쿠의 침대를 더듬었는데 손에 잡히는 것 없이 비어 있었고 츠쿠는 침대에 없었다.

타오화이난은 멍해진 채 제자리에 서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할머니는 어젯밤에 빨아둔 옷을 걷으러 가셨고 다른 두 아이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츠쿠가 세수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타오화이난이 눈시울을 붉히며 제 침대 옆에 서 있는 것을 보고는 그 역시 잠시 멈칫했다.

타오화이난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너 어디 갔었어?"라고 물었다.

츠쿠는 "세수하러"라고 대답했다.

매일 매일 같이 씻으러 갔었는데 어제 둘 사이가 안 좋아지자 오늘은 세수할 때 줄 서서 기다려주지도 않고 혼자 먼저 가버린 것이었다. 타오화이난이 눈을 한 번 깜빡이자 커다란 눈물 한 방울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

츠쿠는 그 모습을 보고 그만 멍해져 버렸다.

"너 이제 나랑 안 놀 거야?" 타오화이난은 맹맹한 콧소리가 섞인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럼 나 다음 수업 때는 열심히 배울게..."라고 말했다.

츠쿠가 눈을 깜빡였다.

"너 왜 그래..." 타오화이난은 코를 훌쩍였고, 형이 보고 싶어졌다. "대체 왜 그러느냐고..."

츠쿠는 당황한 표정으로 옆에 서 있었다. 그는 타오화이난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 그래?"

타오화이난은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찾아내 꽉 잡으며 "우리 화해하자, 응?"이라고 말했다.

츠쿠는 여전히 멍하니 무표정한 얼굴로 있다가 잠시 후 "잠 덜 깼어?"라고 물었다.

타오화이난은 "깼어"라고 대답했다.

츠쿠는 그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기에 타오화이난에게 "더 잘 거야, 말 거야?"라고 물었다.

타오화이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츠쿠에게 이끌려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러 갔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자고 일어나니 머리가 온통 땀 범벅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의 감정이란 생겨나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빨라서 금세 다 잊어버렸다.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갈 때쯤에는 벌써 싱글벙글 웃고 떠들었다.

츠쿠는 이제 전보다 말이 좀 늘어서 예전처럼 꼬마 벙어리처럼 굴지는 않았다. 이번 학기가 끝날 때면 그는 타오네 집에 온 지 이미 반년이 좀 넘게 되는데 변화가 꽤 뚜렷했다.

이제 타오샤오동을 보면 비록 여전히 좀 어색해 보이긴 해도 먼저 "형"이라고 부를 줄 알게 되었다.

타오샤오동도 가끔씩 그를 놀려주곤 했는데, 빳빳하게 굳어 있는 그 작은 얼굴을 볼때면 볼을 한 번 꼬집어 보기도 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어 가장 기쁜 사람은 타오화이난이었다. 학교에 안 가도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했고, 학교에는 에어컨이 없어 너무 더웠기 때문이었다.

하루 한 잔 커다란 우유도 다시 마실 수 있게 되었다. 타오화이난은 아침부터 입가에 우유 거품을 잔뜩 묻혔는데 츠쿠가 휴지 한 장을 뽑아 던져주며 "입 닦아"라고 말했다.

"어라, 너 오늘 웬일로 나한테 말을 다 걸어 줘?" 타오화이난은 입을 닦지도 않은 채 발을 까닥거렸다. "방학 때는 너 항상 나 무시했잖아?"

츠쿠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몸을 돌려 혼자 자리에 가 앉았다.

타오화이난도 현실적인 꼬맹이라 이제 형이 옆에 있으니 굳이 남의 비위를 맞출 필요가 없었다. 무시하든 말든 내버려 두었고, 쪼그려 앉아 스예예의 목을 껴안고는 털을 만지며 놀았다.

타오샤오동은 자기 방에서 중요한 전화를 하고 있었다. 통화를 마치고 나와 둘이 또 각자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미소 지으며 "나랑 같이 출근할래, 아니면 둘이 집에서 기다릴래?"라고 물었다.

츠쿠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고 타오화이난이 저편에서 "같이 갈래."라고 대답했다.

"그럼 옷 갈아입어." 타오샤오동이 츠쿠에게 말했다. "옷장에 샤위엔 형이 너희 주려고 가져온 새 옷들 많으니까 직접 골라 입어."

츠쿠는 고개를 끄덕이고 방으로 갔다.

타오화이난은 옷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앞이 보이지 않아 다른 사람의 옷도 볼 수 없었고 예쁘고 못난 것도 몰라 남이 주는 대로 입었다. 츠쿠가 그에게 새 옷 한 벌을 가져다주었지만 자신은 여전히 평소 입던 낡은 옷을 입었다.

타오화이난은 움직이기 귀찮아하며 형을 불렀다. "형, 나 옷 입혀줘."

그의 형도 움직이기 귀찮아 "츠쿠한테 입혀달라고 해"라고 말했다.

타오화이난은 자연스럽게 "얘 집에서는 나랑 안 놀아준단 말이야"라고 대꾸했다.

타오샤오동은 웃음이 터져 "그럼 네가 좀 빌어 보든가"라고 말했다.

타오화이난은 침대에 앉아 있었는데, 그 소리에 침대 위로 털썩 쓰러지듯 누워 눈이 휘어지도록 웃으며 말했다. 

 

"제바아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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