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년열구 陈年烈苟/진년열구 00장~24장(무료분)

[진년열구] 제2장.

chushiyu 2026. 1. 9. 17:19

제2장



타오샤오동은 막대기를 총 세 번 휘둘렀다.

술꾼은 이성이 없었고 얻어맞았다고 해서 고분고분 물러날 리 없었다. 그는 타오샤오동에게 맞서보려 했으나 몸을 채 가누기도 전에 타오샤오동이 내리친 막대기에 다시 고꾸라졌다.

할머니는 다시 울부짖으며 타오샤오동을 가로막았다. 그를 "타오가네 녀석"이라 부르며 그만 때리라고 소리쳤다.

결국 술꾼과 할머니는 떠났고, 가면서 벽돌 한 조각을 집어 마당으로 던졌는데 그것은 바닥에 떨어져 반으로 쪼개졌다. 한참 멀리 가더니 또 벽돌 하나를 집어와 대문을 내리쳤다. "쾅" 하는 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갑작스럽고도 섬뜩하게 울려 퍼졌다.

타오샤오동은 그가 다시 벽돌을 던지기도 전에 이미 방 안으로 들어와 불을 켜고 동생을 살폈다.

타오화이난은 스스로 더듬거리며 작은 스웨터를 챙겨 입고 바닥에 쪼그려 앉아 신발을 찾고 있었다.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에 고개를 높이 들었다. "형?"

타오샤오동이 그를 안아 올리고 등을 토닥이며 "괜찮아"라고 말했다.

"누구야……?" 타오화이난은 초점 없는 눈을 깜빡이며 두 손으로 형의 얼굴을 양쪽에서 더듬었다. 손바닥이 눅눅하고 뜨거웠다. "형 맞았어?"

"아니." 타오샤오동의 얼굴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입고 있는 코트도 차가웠다. 그는 타오화이난을 다시 온돌 위에 내려놓으며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었다. "무서웠어?"

"누가 형 때릴까 봐 무서웠어." 타오화이난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못 때려, 아무도 네 형 못 이겨." 타오샤오동이 그를 달랬다.

스웨터가 거꾸로 입혀져 있어 타오샤오동이 다시 벗겨주었다. 옆집 안뜰에 있던 고향 삼촌이 소란을 듣고는 옷을 챙겨 입고 들어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타오샤오동은 주전자에서 따뜻한 물을 부어 수건을 적신 뒤 타오화이난의 발을 닦아주었다. 조금 전 맨발로 바닥을 딛는 바람에 지저분해진 데다 발바닥도 얼음장 같았다. 타오샤오동은 발을 닦아주며 말했다. "별일 아니에요. 츠즈더가 여기까지 와서 술주정을 부려서요."

"한밤중에 여기까지 와서 난동을 피워?" 고향 삼촌이 욕을 한마디 내뱉더니 말했다. "샤오난이 놀랐겠구나. 차라리 샤오난을 내 방으로 데려가서 재울까? 숙모랑 같이 있게."

타오샤오동은 괜찮다고 했고, 타오화이난도 고개를 저었다.

"그냥 여기 있을게요." 타오샤오동은 발을 다 닦아주고 발바닥을 톡톡 쳐서 다시 눕게 했다. "어차피 전 밖에 있을 거니까요."

타오화이난은 얌전하게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누워서는 스스로 등을 빈틈없이 덮었다.

고향 삼촌은 잠시 앉아 있다가 별일 없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타오샤오동이 고개를 돌려 방 안 여기저기를 살폈지만, 츠씨네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형이 불 안 끌게. 좀 밝게 해둘게." 타오샤오동이 말했다.

타오화이난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했다.

타오샤오동은 타오화이난이 낮에 우유를 쏟았던 그 옷을 찾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아이는 몸을 웅크린 채 화로 옆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화로 불은 진작에 꺼졌는데, 아이는 두 손으로 화로의 바깥 테두리를 감싸 쥔 채 눈밭에서 총을 맞고 불구가 된 작은 동물처럼 벌벌 떨고 있었다.

타오샤오동은 아이 옆에 옷을 놓아주며 말했다. "입거라."

남자아이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부딪치는 이빨 사이로 "딱딱" 소리가 아주 빠른 간격으로 울려 퍼졌다. 손을 뻗는 동작은 뻣뻣했고 가죽과 뼈만 남을 정도로 말라 있어 보기 섬뜩할 정도였다.

타오샤오동은 그를 잠시 지켜보다가 다가가서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렸고, 바닥에 떨어진 옷도 함께 집어 들었다. 아이가 버둥거렸지만 타오샤오동이 미간을 찌푸리며 "가만히 있어"라고 하자, 아이는 저항할 기력조차 없는지 타오샤오동의 팔에 허리가 끼인 채 팔다리를 축 늘어뜨렸다. 거의 반사(半死) 상태였다.

타오화이난은 가만히 누운 채 형이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다.

타오화이난은 형이 온돌 반대편 끝에 무언가를 내려놓는 소리를 들었고, 뒤이어 이빨이 맞부딪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과장되고 통제가 불가능한 소리였다.

그때 타오화이난은 형이 어디서 얼어 죽어가는 개 한 마리를 안고 온 줄 알았다.

"잠시 누워서 몸 좀 녹여라." 형이 말했다.

"너희 아빠도 어릴 땐 딱 너 같았는데, 커서는 또 할아버지를 쏙 빼닮더라." 타오샤오동은 온돌의 온기를 느끼려 바닥에 납작 엎드린 지저분한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대로 물려받는 것도 아니고, 정말 업보다 업보."

그 말을 듣고 타오화이난은 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낮에 자기 우유를 뺏어 마셨던 그 아이인 모양이었다.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뺨을 온돌 바닥에 붙인 채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는데, 이빨이 이 정도로 떨리는 걸 보니 말을 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집에는 이불이 한 채뿐이었는데 고향 삼촌이 가져다준 것이었다. 지금은 타오화이난이 덮고 있었기에, 타오샤오동은 입고 있던 군용 외투를 벗어 더러운 아이의 몸 위에 덮어주었다.

"오늘 밤은 여기서 자거라." 타오샤오동이 한마디를 남겼다.

그 아이는 여전히 아무 대답이 없었고, 오직 이빨이 딱딱 부딪치는 소리만 들려왔다.

타오샤오동은 밤을 지키러 나갔고, 이빨이 부딪치는 '딱딱' 소리는 한 시간가량 이어졌다. 타오화이난은 온돌 반대편 끝에 누워 그 소리를 들으며 줄곧 눈을 뜨고 있었다. 소리의 간격은 점점 느려지더니 이내 소리가 멎었고 아이는 잠이 들었다.

그제야 타오화이난은 조심스레 몸을 뒤척였다. 그는 겁이 너무 많아서 완전히 낯선 데다 낮에 제 우유까지 뺏어 먹은 아이와 한방에 있다는 사실에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하고 있었다.

몸을 돌려 등을 지고 누운 타오화이난은 몸에 덮인 작은 담요를 위로 끌어당겨 얼굴을 절반쯤 파묻었다.

역시나 몸이 튼튼한 건지 그 아이는 알몸으로 하루 종일 떨었으면서도 다행히 별 탈이 없었다. 타오샤오동은 타오화이난의 더러워진 옷 한 벌을 내어주어 입게 했지만 아이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할 줄 몰랐다.

타오샤오동이 타오화이난에게 죽을 먹일 때 아이에게도 한 그릇을 떠주었다. 반찬을 담는 큰 대접에 담아주자 아이는 고개를 들어 타오샤오동을 한 번 보더니 손을 뻗어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한쪽 구석으로 가서 그릇째 들고 후루룩 소리를 내며 마셨다.

타오샤오동은 숟가락에 담긴 죽을 후후 불며 무심하게 물었다. "네 아빠가 자주 때리니?"

그 아이는 그릇에서 고개를 들어 이쪽을 한 번 바라보더니, 눈꺼풀을 내리깐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이가 말을 하지 않자 타오샤오동도 더는 묻지 않았다.

오히려 타오화이난이 저쪽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계속 신경 쓰며, 보이지 않는 눈을 이따금 그쪽으로 돌렸다. 타오샤오동은 손가락 마디로 그의 뺨을 톡톡 치며 얼굴을 돌리게 했다.

츠씨 집안은 대대로 남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기질이 있었다. 보통 이만한 아이가 그런 집구석에 그런 아비를 만났다면, 마을 어른들이 아무리 냉정해도 조금은 보살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아이는 사람을 봐도 통 말이 없었고 누군가 무언가를 물어도 대답하지 않아 도무지 정이 가질 않았다. 게다가 다들 그 술꾼 아비라면 질색을 하며 골치 아픈 일에 엮이기 싫어했기에, 어른들도 몇 번 챙겨주다 말았다. 고작해야 아이가 이렇게 알몸으로 집에서 뛰쳐나왔을 때 방에 들여 몸을 녹이게 하거나 먹을 것을 조금 쥐여주는 게 전부였다.

그는 마치 마을의 더러운 개와 같았다. 이 집 저 집의 남은 밥을 얻어먹고 헌 옷을 얻어 입었지만, 피할 곳을 다 피하고 나면 결국 집으로 돌아가야 했고, 아비가 술이라도 마신 날이면 어김없이 매를 맞아야 했다.

타오샤오동도 참견할 생각은 없었다. 그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엔 내 가족의 일 말고는 다 남의 일이었고 남의 집 사정은 너무나 많아 일일이 챙길 수도 없었으며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는 그저 남자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며칠간은 여기 와서 있어라. 네 아빠가 집에 계시면 들어가지 말고."

타오화이난의 눈이 다시 그쪽을 향했다. 초점 없는 시선 속에는 어린아이다운 겁 섞인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타오샤오동이 여기 있으라고 하자 그 아이는 정말 며칠 동안 이곳에 머물렀다. 밤이 되어 어두워지면 집으로 돌아갔고 아침에 날이 밝으면 찾아왔다. 와서도 소리 하나 내지 않고 구석진 곳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기에 존재감이 없어 남들의 눈에 띄지도 않았다.

식사때가 되면 타오샤오동은 보통 그릇 하나를 챙겨 밥과 반찬을 조금 덜어주었고, 그는 그 그릇을 들고 구석으로 가서 먹었다.

타오화이난의 그 옷을 계속 입고 있었고 가슴팍의 우유 자국도 그대로였다. 소매와 앞섶은 때가 타서 거뭇해졌는데도 갈아입을 기색이 없었다.

처음의 막연한 두려움이 가시고 나자, 타오화이난도 주변에 이 무언가 소리 없는 존재가 자주 머무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 아이는 언제나 그와 멀찌감치 떨어져 벽에 기대어 있었다. 가끔 밖에서 타오샤오동이 돌봐주지 못할 때면, 타오화이난은 그 아이 곁에 가서 함께 쪼그려 앉아 있곤 했다. 비록 딱히 소속감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낯선 곳에서 혼자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진짜 시각장애인 하나와 가짜 벙어리 하나가 침묵 속에 동행이 된 셈이었다.

타오화이난은 매일 아침 큰 컵으로 우유를 한 잔씩 마셨기에 오전 내내 몇 번이나 소변을 보러 가야 했다. 이날은 부모님의 유골을 안치하는 날이었다. 타오화이난은 이른 아침부터 형에게 안겨 묘지로 향했다. 관이 땅에 묻히자, 그는 형의 손에 이끌려 총 아홉 번의 절을 올렸다.

새벽 공기가 너무 차가웠기에, 타오샤오동은 뒤이은 번잡한 절차에는 그를 동반하지 않고 먼저 집으로 돌려보냈다.

타오화이난은 작은 스웨터를 입은 채 온돌 위에 앉아 기다렸다. 자세가 영 불안정했는지 엉덩이를 몇 번이나 뒤척였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형은 돌아오지 않았다.

벙어리 아이는 그의 맞은편 벽에 기댄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타오화이난은 작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따금 고개를 옆으로 돌려 소리를 들었다. 밖에서 커다란 철문 소리가 한 번 들렸다. 타오화이난은 귀를 기울였지만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앞을 향해 물었다. "우리 형이야?(是我哥么?)"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럽고 작았으며, 젖살이 덜 빠진 듯한 어린아이 말투였다.

맞은편 아이가 창문을 힐끗 보더니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타오화이난처럼 부드럽진 않은 목소리로 "아니"라고 말했다.

타오화이난은 입을 벌려 "아" 소리를 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고 입술을 굳게 다물었으며, 손가락으로는 온돌 장판 위를 계속해서 살살 긁어댔다.

밖은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한참 뒤 타오화이난이 다시 말을 꺼냈다. "너 나 병 하나만 찾는 거 도와줘......"

그는 초점 없는 눈을 깜빡였고, 이번에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였다. "……나 오줌 마려워."

눈이 멀었다는 건 이렇게나 무력한 일이었다. 여덟 살이나 된 남자아이가 곁에 사람이 없으면 소변조차 스스로 해결할 수 없었다.

맞은편의 소년도 눈을 깜빡이더니 줄곧 내리깔고 있던 눈꺼풀을 들어 주위를 두루 살폈다. 그리고는 걸려 있던 반쪽짜리 문가리개를 젖히고 바깥 방으로 나갔다.

다시 돌아왔을 때 손에 밥그릇 하나를 들고 있었는데, 커다란 대접보다 한 바퀴 더 큰 그릇이었다. 타오샤오동이 가끔 이 그릇에 밥을 담아 (남자아이에게) 주곤 했다.

알루미늄 그릇이 나무 온돌 끝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는 길게 내려온 소매를 휘저으며 그릇을 앞으로 한 번 더 밀어준 뒤, 고개를 돌려 이전에 서 있던 벽쪽 구석으로 돌아갔다.

타오화이난은 앞으로 손을 뻗어 더듬거리다 차가운 원형 그릇을 만졌다. 이런 물건에 대고 본 적은 없었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정말 참을 수 없는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한참 뒤 바지를 잘 추스른 그는 살며시 그릇을 앞으로 밀어내며 더욱 작은 소리로 말했다. "네가 내 이것 좀 비워줘……"

시멘트 바닥이 고르지 않아, 맞지 않는 솜신을 끌고 가는 소년의 신발 밑창 끄는 소리가 더욱 분명하게 들렸다.

타오화이난은 그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고, 또 그가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곧이어 다시 문소리가 났고, 알루미늄 그릇이 바깥 방 가마솥 옆에 '댕' 하고 놓이는 소리가 들렸다.

솜신발 밑창과 시멘트 바닥이 마찰하는 소리가 한 걸음씩 다시 돌아오자, 소변을 보고 개운해진 타오화이난은 벽 구석 쪽을 향해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어른이 집에 없는 사이, 두 아이는 밥그릇에 소변을 보는 나쁜 짓을 몰래 저질렀다.

볼일을 다 보고 나자 부끄러움을 알았는지, 타오화이난은 온돌 장판을 손으로 긁으며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우리 말하지 말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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