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년열구 陈年烈苟/진년열구 00장~24장(무료분)

[진년열구] 제8장.

chushiyu 2026. 1. 14. 13:38

제8장



집안에서 보살핌을 받는 데 익숙하다가 갑자기 집을 떠나 단체 생활을 하게 되면 꽤 오랜 적응기를 거치게 된다.

눈은 인간이 외부 세계와 소통하고 반응을 주고받는 제1의 창구이며 이 연결이 한 번 끊어지면 다른 모든 것들은 더욱 고단해지기 마련이다.

밤에 자기 전에는 달래야 했고, 아침에 깨어나면 또 다들 울음바다였다.

잠에서 깼을 때 집에 있지 않고 아빠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절망적인 일인가.

타오화이난은 그들보다 훨씬 씩씩해서 둘째 날 아침에는 그저 눈물을 살짝 훔쳤을 뿐 그 뒤로는 놀랍게도 다시 울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그는 본래 형과 며칠씩 떨어져 지내는 일이 잦았고, 형이 가장 길게 집을 비웠던 보름 남짓 동안 그는 티엔이(田毅) 형네 집에서 티엔네 아주머니, 스예예와 함께 지내곤 했었다.

그렇기에 형이 보고 싶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절망감까지는 아니었다.

하물며 곁에는 츠쿠가 있지 않은가.

어제 하루 종일 츠쿠를 붙들고 있었고 밤에 잠들 때도 손을 잡고 잤다. 잠든 뒤 언제쯤 각자 손을 거두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타오화이난은 일찍 일어났고, 여기가 학교라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숙인 채 소리 없이 잠시 울다가 제 침대에서 뛰어내려 맨발로 츠쿠의 침대를 더듬어 찾아갔다.

침대를 찾아 조용히 기어 올라가서,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츠쿠가 깼다. 그는 워낙 잠귀가 밝았다. 눈을 뜨자 타오화이난이 등을 돌린 채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보였고 츠쿠는 안쪽으로 자리를 옮겨주었다.

타오화이난은 그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살짝 돌려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무어라 말하고 싶어 입을 달싹이다가 이내 다시 다물었다.

그들 둘의 관계는 지금 조금 미묘했다. 어린아이들에게 이런 미묘함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은 본래 사이가 좋지 않았고 말 한마디 섞지 않던 사이였다.

하지만 어제 그들은 내내 함께 있었고 손까지 잡았으니, 타오화이난은 이제 그가 밉지 않았다.

그러나 먼저 입을 열어 말을 걸고 싶지도 않았다. 이런 감정을 어른들은 어색함이라 부르겠지만 아이들에게는 그저 삐딱하고 서먹한 기분일 뿐이었다.

분명 좋은 친구도 아니면서 자꾸만 상대를 붙잡고 늘어지고 찰딱 붙어 있으려 하니, 참으로 쑥스러운 일이었다.

할머니가 밖에서 조심조심 들어오셨는데 손에는 옷 네 벌이 들려 있었다. 두 아이가 깨어있으면서도 보채지 않는 것을 보고는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칭찬하셨다. "어머나, 어쩜 이렇게 착할까."

타오화이난은 그 소리를 듣고 입술을 꾹 다문 채 엉덩이를 뒤로 슬금슬금 밀어냈고, 츠쿠에게 몸이 닿고서야 멈추었다.

할머니는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씀하셨다. "겁이 많은게 꼭 아기 고양이 같구나."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것들이 많았다. 어떻게 독립적으로 세면을 하고 옷을 입는지 등을 모두 천천히 가르쳐야 했다.

꼬마 아이들은 각 방의 할머니들에게 네 명씩 줄지어 이끌려 나왔고, 앞사람의 옷자락을 손으로 꽉 붙잡은 채 꼬마 기차를 만들어 세면장으로 향했다.

츠쿠는 가르칠 필요가 없어서 어린 맹아들이 아직 대열을 채 갖추기도 전에 이미 세수와 양치를 다 끝마쳤다. 타오화이난은 잠시 그를 놓아주고 할머니의 말에 따라 더듬더듬 움직였다.

놓아준 것도 잠시뿐이었다. 세면장에서 나오자마자 네 명이 줄을 지어 다시 꼬마 기차를 만들어 방으로 돌아갈 때 타오화이난은 츠쿠의 옷자락을 아주 꽉 붙잡았다.

그들은 이렇게 학교에서 머물게 되었다.

맹학교와 일반 학교가 차이가 없다고 한다면 분명 거짓말이겠지만, 차이가 있긴 해도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았다. 그들이 가장 먼저 배워야 하는 것은 점자 수업이었는데 이는 문화를 접하는 첫걸음이었다. 이를 토대로 일반 초등학교와 다름없는 다른 과정들, 즉 국어, 수학, 외국어, 음악, 체육, 미술, 실과 수업이 모두 있었다.

타오화이난은 겁이 많은 것만 제외하면 적응을 꽤 잘하는 편이었고, 반의 다른 아이들도 점점 우는 일이 줄어들었다. 선생님들은 처음 이틀 동안은 부드럽게 달래주었지만, 셋째 날부터는 예전만큼 인내심 있게 대하지 않았고 아이들에게 규칙을 정해주며 점차 엄격해지기 시작했다.

타오화이난과 츠쿠가 나란히 붙여 두었던 책상과 의자도 다시 떨어지게 되었다. 그래도 그들은 바로 앞뒤로 앉게 되어 타오화이난이 고개만 돌리면 츠쿠의 책상을 더듬어 찾을 수 있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 5일 이라는 시간은 어린아이들에게 정말이지 너무나도 길었다.

목요일 밤, 타오화이난은 침대에 누워 길게 꼬아 묶은 베개 커버(枕巾)를 손에 쥔 채 묵묵히 형을 생각했다.
(*枕巾 : 베개 위에 덮는 천, 베개 커버 겸 수건)

베개 커버는 할머니가 묶어주신 것이었다. 매일 밤 아이들이 난간 너머로 팔을 뻗어 손을 잡는 게 너무 힘겨워 보여서 베개 커버 하나를 가져와 난간 사이로 통과시킨 뒤 각자 한쪽 끝을 잡을 수 있게 해주신 것이었다.

타오화이난은 매일 밤 자기 전 한쪽 끝을 손에 꼭 쥐고 있다가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슬쩍 움직여 보았고, 츠쿠 역시 잠들지 않았다면 똑같이 움직여 반응해 주었다.

내일이면 집에 갈 수 있고, 오후에는 형이 데리러 올 것이다.

타오화이난은 또 조금 울음이 나오려 해서 베개 커버를 붙잡고 살며시 두어 번 잡아당겼다.

츠쿠가 움직이자 타오화이난이 작은 소리로 그를 불렀다. "츠쿠."

목소리에 이미 울음기가 섞여 있자, 츠쿠가 저편에서 말했다. "넌 울지 좀 마."

그의 말투는 늘 험악하게 들렸고, 타오화이난은 입술을 삐죽거렸다. "형이 보고 싶단 말이야."

츠쿠는 대꾸하지 않았지만 타오화이난은 이미 익숙해져서 모른 척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타오화이난은 베개 커버를 놓고 몸을 돌려 누웠다.

츠쿠는 몹시 졸려 저쪽에서 눈을 감았다. 베개 커버의 한쪽 끝이 머리 밑에 깔려 있어, 타오화이난이 움직일 때마다 그는 느낄 수 있었다.

타오화이난은 몸을 돌려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누워서는 베개 커버를 끌어당겨 살짝 쥐었다.

금요일에 학교가 끝나자마자 타오샤오동이 데리러 왔고, 1학년 꼬마친구들이 작은 기차처럼 줄지어 나왔다. 타오화이난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얼굴을 교문 방향으로 향한 채 마음이 급해 어쩔 줄 몰랐다.

아이들이 한 명씩 불려 나왔고 타오화이난의 차례가 되자 타오샤오동은 그대로 아이의 허리를 잡아 한 손으로 감싸 안고 한 바퀴 휙 돌렸다. 타오화이난은 울음과 웃음이 동시에 터져 형의 팔에 손을 얹고는 손가락 끝으로 반갑게 만지락거렸다.

타오샤오동이 그를 목말 태우자 타오화이난은 두 손으로 형의 머리를 감싸고 귀를 잡아당겼다. 타오샤오동은 한 손으로 아이의 발을 잡고, 다른 한 손은 츠쿠의 어깨에 얹었다.

타오화이난은 신이 나서 연신 형을 불러댔다.

타오샤오동은 고개를 돌려 아이의 작은 팔을 살짝 깨무는 시늉을 하고는 츠쿠의 목덜미를 주무르며 이 꼬마 말썽꾸러기가 속 썩이지 않았냐고 물었다.

"난 안 그랬어." 타오화이난이 위에서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츠쿠는 밑에서 고개를 저었다.

아이들이란 참으로 기묘한 생물이다. 예민하고 섬세해서 속마음을 알기 쉬운 듯하면서도 가끔은 어른들도 정말 갈피를 잡지 못할 때가 있다.

이 두 어린이는 학교에서 돌아온 뒤로 또 서로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츠쿠는 늘 사람들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고 타오화이난이 말을 걸어도 멀리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나중에는 타오화이난도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두 아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학교에 가기 전처럼 행동해서, 학교에서의 그 5일 동안 손을 맞잡고 지냈던 시간은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일 같았다. 타오화이난은 그저 스예예와만 놀았고, 어쩌다 츠쿠의 목소리가 들리면 고개를 살짝 돌렸다가 그가 멈춰 설 기색이 없으면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타오샤오동은 기가 막혀 웃음이 났다. 하지만 어른이 굳이 아이들의 일에 끼어들 필요는 없었으니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방식이 있을 터였다. 타오샤오동은 주말에 특별히 시간을 내어 동생과 함께해주었고, 티엔이가 밥 먹으러 오라고 불러서 두 아이를 데리고 그곳으로 향했다.

티엔이 형은 형의 절친한 친구로, 아직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타오화이난은 티엔이 형의 목소리를 꽤 좋아했다. 그는 말할 때 늘 싱글벙글 웃는 투였고, 웃음이 많은 사람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기 마련이었다.

그는 타오화이난을 안고 비행기를 태우듯 두 바퀴 돌더니 애가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이래 봬도 많이 마른 거야." 타오샤오동이 타오화이난을 보며 말했다. "학교 다니느라 고생해서 꽤 수척해졌어."

"괜찮아, 좀 지나면 나아질 거야. 원래 처음 학교 가면 다들 진 빠지고 그렇지." 티엔이가 타오화이난의 팔살을 만지작거리며 장난을 쳤다.

하루 한 통씩 마시던 우유는 이제 양이 줄었는데 선생님이 그렇게 많이 마시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학교 우유는 좀 묽고 맛도 밍밍해서 맛이 없었다.

타오화이난은 아침을 많이 먹지 못하는 편이었고 달걀도 좋아하지 않았다. 우유 마시는 게 습관이었는데 이제 우유를 예전만큼 마시지 못하니 오전만 되면 늘 배가 고팠다.

형에게 조잘조잘 한참을 떠들자 티엔네 아주머니가 얼른 우유 두 잔을 들고 오며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얼른 우리 샤오난 우유 보충해 줘야겠네."

타오샤오동은 몸을 뒤로 젖히며 츠쿠를 불러 우유를 마시라고 했다.

츠쿠는 다가와 우유를 단숨에 들이켜고는 직접 주방으로 가서 컵을 헹궜다. 주방에 있던 아주머니가 컵은 안 닦아도 된다며 과일을 주려 했지만, 그는 고개를 젓고는 다시 밖으로 나가 서 있었다.

"저 애는 왜 저래?" 티엔이가 목소리를 낮춰 타오샤오동에게 물었다. "계속 저래?"

타오샤오동은 "응" 하고 대답하며 말했다. "말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

"안 좋아해도 너무 안 좋아하는데." 티엔이가 보기엔 아무래도 좀 비정상적이었다.

타오샤오동은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츠쿠는 늘 그랬기에 그들은 이미 익숙했다. 하지만 티엔이는 그 아이를 몇 번 본 적이 없었고, 볼 때마다 저런 모습이니 내심 조금 걱정이 앞섰다.

"설마 집안 내력을 닮은 건 아니겠지." 티엔이는 츠쿠의 집안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렸다. 처음에 타오샤오동이 그를 데려왔을 때 티엔이는 첫눈에 보고 타오샤오동에게 별로인 것 같다고, 애 눈빛이 사람을 따르는 눈빛이 아니라고 말했었다.

"그럴 리 없어." 타오샤오동이 말했다.

티엔이는 타오샤오동과 수년간 형제처럼 지낸 사이라 무슨 일이든 그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했기에, 목소리를 낮춰 그에게 말했다. "나중에 늑대 새끼 키웠다는 소리 나오지 않게 조심해."

타오샤오동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타오화이난 앞이라 티엔이도 많은 말을 할 수는 없었으며, 어른들의 복잡한 속내는 아이가 듣게 해서는 안 되었고, 아이는 마땅히 깨끗하고 천진난만해야 했다.

타오샤오동은 바깥쪽의 츠쿠를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 “그냥 경계심이 강해서, 사람들과 제대로 어울려 본 적이 별로 없으니까, 천천히 하면 돼.”

티엔이도 밖을 한 번 내다보고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타오화이난은 그들이 한참 동안 츠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지도 않은 채 꽤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타오샤오동이 일부러 말했다. "둘이 친하지도 않고, 같이 놀지도 않아."

티엔이가 말했다. "그래 보이네."

타오샤오동이 눈짓을 하자 티엔이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두 명의 눈 밝은 어른이 의도적으로 눈먼 아이를 놀려주려고 티엔이가 말했다. "두고 보자고, 샤오난이 싫어하면 그냥 다시 보내버리지 뭐."

타오화이난은 순간 등이 꼿꼿해지더니, 눈을 깜빡였다.

"왜 그래..." 타오화이난은 소파 천의 꽃무늬 자수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츠쿠가 뭐 어쨌다고..."

철없는 두 어른은 서로 마주 보며 즐거워했고 티엔이가 다시 말했다. "말도 안 하고 너랑 사이도 안 좋은데, 다른 애로 바꾸자."

타오화이난은 입술을 깨물며 못마땅한 기색을 내비쳤다. "사이 안 좋은 거 아니야."

한참을 듣다 결국 츠쿠를 보내버리겠다는 말까지 나오자 타오화이난은 티엔이의 무릎에서 내려와 입을 달싹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서 있었다. 결국 짜내듯 "우리 사이 엄청 좋단 말이야"라는 한마디를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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