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타오샤오동은 점심때가 되어서야 돌아왔다. 안치가 끝난 뒤 마을에서 도와준 이웃들에게 식사 대접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돌아오면서 아이들 몫의 밥도 챙겨온 그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타오화이난에게 물었다. "오줌 참느라 힘들었지?"
타오화이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에도 벽 구석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타오샤오동은 평소처럼 어린아이에게 줄 밥과 반찬을 덜어주었다. 알루미늄 그릇을 내밀자 아이는 그의 손에 들린 그릇을 그저 말없이 한참 동안 바라볼 뿐 받지 않았다.
그는 얼굴도 들지 않고 고개도 들지 않았으며, 타오샤오동도 그를 신경 쓸 마음이 없어 그릇을 그의 옆 수납장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알아서 먹어."
어린아이는 두 손을 뒤로 맞잡고는 등을 벽에 기댄 채 몸을 까닥거릴 뿐 먹지 않았다.
타오샤오동은 타오화이난을 안고 바깥 방 오수통으로 가서 소변을 보게 한 뒤 돌아와 밥을 먹였다.
벽 구석은 조용했고 밥 먹는 기척조차 들리지 않았다. 타오화이난은 밥을 절반쯤 먹더니 배가 불러 더 못 먹겠다고 했다.
타오샤오동은 그의 입가에 묻은 것을 닦아주며 잠시 자라고 했다.
말을 마치고 그릇을 들고 나가려는데, 타오화이난이 그를 불러 세우며 "형" 하고 불렀다.
타오샤오동이 돌아보며 물었다. "왜 그래?"
타오화이난은 자기 옆자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아직 배 안 불러. 나중에 배고프면 먹을게."
"식어도 먹겠다고?"
타오화이난이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 "어쨌든 그냥 놔둬…… 이따가 또 먹을 거야."
타오샤오동이 식은 밥을 먹게 할 리 없었지만 일단은 동생의 뜻대로 내버려 두고 그릇을 옆에 대충 놓아둔 뒤 밖으로 나가 세수를 했다.
지난 며칠간 타오샤오동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고, 밤마다 밖에서 영좌를 지키느라 잠이 턱없이 부족했다.
유골이 드디어 안치되자 타오샤오동도 긴장이 풀렸는지 돌아와 눕자마자 금세 잠이 들었다.
형이 얕게 코를 고는 소리를 듣고 타오화이난은 형이 몹시 피곤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벽 구석 쪽을 향해 손짓하며 나직이 불렀다. "이리 와봐."
아무런 기척이 없자 타오화이난은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그 방향을 향해 물었다. "너 거기 있어?"
잠시 후 솜신발 밑창 끄는 소리가 들리더니 자기 바로 앞에 멈췄다. 타오화이난은 앉아 있던 상체를 살짝 앞으로 숙이며 비밀 이야기라도 하듯 속삭였다. "내 밥 네가 먹어."
그는 남의 밥그릇에 소변을 보는 바람에 상대방이 밥을 못 먹게 만들었다. 타오화이난은 보상이라도 하듯 자기 밥그릇을 밀어주며 덧붙였다. "아직 안 식었어."
남자아이는 온돌 위에 앉은 어린 시각장애인을 보았다가 또 밥그릇을 보았다. 결국 어린아이도 고작 일고여덟 살 먹은 아이였기에 타오화이난의 숟가락을 들고 몇 입 만에 다 먹어 치웠다.
이 일을 계기로 타오화이난은 그 아이와 한방에 있는 것이 더는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다.
타오샤오동은 두 아이가 가끔 말을 섞는 것을 발견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아이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길게 늘어진 고드름이 햇빛에 녹아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졌다. 한 토막은 창틀에 부딪혔고, 튀어 오른 다른 한 토막은 창문을 두드렸다.
갑작스럽게 유리를 때리는 소리에 무방비 상태였던 타오화이난은 깜짝 놀랐다. 그는 겁을 먹으면 무의식적으로 입을 살짝 벌리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타오샤오동은 바깥 방에서 사람들과 옛날 집 일로 대화하다가, 휘장을 들추고 안을 살피며 동생을 안아주러 가려 했다. 그때 타오화이난이 낮은 목소리로 묻는 것이 들렸다. "뭐야?"
그 아이는 타오화이난의 물음을 듣고 그를 보더니 벽에 기댄 채 말했다. "얼음."
타오화이난은 이런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어릴 적 눈이 멀기 전에 본 것이 있다 해도 이미 잊어버린 뒤였다. 그는 누군가 얼음을 던져 유리를 맞힌 줄 알고 계속 긴장한 채 앉아 있었다.
잠시 후 타오화이난이 다시 작은 소리로 물었다. "무슨 얼음?"
아이는 손을 등 뒤에 대고 벽에 기대어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마 시각장애인에게 그것이 어떤 얼음인지 설명할 방법을 몰랐던 모양이다. 한참을 벽에 기대 서 있다가, 아이는 고개를 돌려 휘장을 걷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타오화이난은 멍한 표정으로 바깥 방 쪽을 향해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타오샤오동은 그 아이가 안에서 나와 뛰어나가는 것을 보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밖에서 문을 열고 다시 뛰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손에는 길쭉한 고드름 하나가 들려 있었다.
고향 삼촌이 소리를 지르며 아이를 꾸짖었다. "너 뭐 하는 거야! 샤오난 찌르지 마!"
아이는 그를 본척만척하며 안으로 달려가 온돌 위에 고드름을 툭 던졌다. 그러고는 팔을 움츠려 소매 끝으로 손을 슥슥 닦았다.
타오화이난은 눈을 깜빡이며 "뭐야?" 하고 물었다.
아이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네가 직접 만져봐."
타오화이난은 손을 뻗어 자기 옆 온돌 바닥을 조심스레 더듬었다. 고드름이 만져지자 조금 놀란 듯 손끝을 얼른 뗐다가 다시 가만히 만져보았다.
차디차고 미끌미끌했다.
타오화이난이 웃음을 터뜨렸다. "얼음이야?"
"빙류쯔(*冰溜子 고드름)" 아이는 무심하게 대답하며 콧물을 훌쩍였다.
(*冰溜子 북방지역 방언)
어린아이가 사투리를 쓰니 그리 촌스럽지 않았고 오히려 말투에서 천진함이 묻어났다. 타오화이난은 그의 억양을 흉내 내어 촌스럽고 투박한 말투로 따라 했다. "빙류쯔(고드름)"
말을 내뱉고는 스스로 먼저 웃음을 터뜨리더니 다시 한번 반복했다.
그는 본 것이 워낙 적어 아주 사소한 물건도 신기해했고, 이리저리 만지다 보니 손바닥이 차갑게 젖었다. 따뜻한 온돌 위에서 얼음이 버틸 리 없었고, 고드름은 금세 녹아 여기저기 물이 흥건해졌다.
타오화이난은 몸이 젖지 않게 옆으로 살짝 자리를 옮겼다.
그는 길쭉한 얼음 조각을 손에 들고 뾰족한 끝부분을 손가락 끝으로 톡톡 건드려 보았다. 이미 녹아버려 날카롭지 않았고, 그저 미끈거리는 감촉뿐이었다.
타오화이난은 혼자 한참을 놀았다. 손이 시려우면 온돌에 내려놓았다가, 손이 따뜻해지면 다시 집어 들기를 반복했다.
이 작은 장난감 하나 덕분에 즐거워진 타오화이난은 먼저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네 아빠는 왜 널 때려?"
아이는 고개를 돌리며 모른다고 답했다.
타오화이난이 또 물었다. "넌 왜 도망 안 가?"
아무도 그를 상대해 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 타오화이난은 대답이 없어도 개의치 않고 제 놀이에 열중했다. 그러다 다시 생각이 났는지 입을 열어 물었다. "근데 넌 왜 도망 안 가냐구?"
아마 그가 너무 귀찮게 굴었는지, 아이는 함께 있고 싶지 않다는 듯 아무 말 없이 뒤돌아 뛰어 나갔다.
이번에는 나간 뒤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타오화이난의 손에 들린 고드름이 다 녹아 없어질 때까지 아이는 오지 않았다.
형제는 다음 날 오전이면 떠날 예정이었고 타오샤오동은 옛집을 팔지 않고 고향 삼촌이 살 수 있게 해두었다. 저녁에 타오샤오동이 짐을 챙기는 동안 타오화이난은 담요를 두르고 옆에 앉아 해바라기씨를 까고 있었다.
씨를 까도 먹지는 않았다. 그저 재미 삼아 까는 것이라 씨앗 알맹이가 한 무더기 쌓였다. 타오화이난은 이따금 고개를 돌려 창문 쪽으로 귀를 기울였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면 다시 더듬거리며 씨를 깠다.
타오샤오동이 그를 힐끗 보더니 물었다. "츠씨네 아이 기다리니?"
타오화이난이 물었다. "그 애는 왜 도망갔어?"
타오샤오동이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기분 나쁜 말만 골라 하니까, 듣기 싫어서 도망간 거 아냐?"
타오화이난이 "아" 하고 소리를 냈다.
어린 시각장애인인 그는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가 적었고, 그의 세계는 아주 좁았다. 앞이 보이지 않아 활동 범위가 한정적이었고, 여덟 살이 되었지만 아직 학교에도 가지 못했다. 혼자서는 등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또래 아이들에게는 친구가 많기 마련이지만 그에게는 없었다. 사람은 미지의 존재나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해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는데, 아이들은 특히 더했다. 그들은 더듬거리며 걷는 타오화이난을 본능적으로 무서워했다.
타오화이난의 작은 세계에는 형과 형의 친구들 몇 명, 그리고 커다란 개 한 마리뿐이었다. 개와는 자주 대화를 나누었지만 혼자 떠드는 것일 뿐이었기에, 그는 소통하는 법을 잘 몰랐다.
타오화이난은 입술을 꾹 다물고 해바라기씨 알맹이를 형 쪽으로 슥 밀며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내가 기분 나쁘게 말한 줄 몰랐는데.'
무심코 던진 그 두 마디 때문에 대화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했고, 타오화이난은 떠날 때까지 그 남자아이를 다시 보지 못했다.
떠나기 전 그는 형에게 물었다. "우리 가면 문 잠가 안 잠가?"
타오샤오동이 대답했다. "둘째 삼촌 쓰실 거니까, 잠그고 말고는 그분 마음이지."
타오화이난이 또 물었다. "그럼 그 애는 여기 또 올 수 있어? 아빠가 또 때리면 말이야."
타오샤오동은 대답하지 않았다. 마지막 짐을 다 챙긴 그는 한 손으로 타오화이난을 안아 올리고 다른 한 손에는 가방을 든 채 밖으로 나가 차에 올라탔다.
며칠이나 같이 지냈는데 타오화이난은 끝내 작별 인사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시골길 위에는 단단한 얼음이 덮여 있어 길이 미끄러워 빨리 달릴 수 없었다. 밖에는 다시 눈이 내리는지, 타오화이난은 바람이 차창을 때릴 때 섞여 들어오는 아주 미세한 소음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에 올 때는 차에 두 구의 유골함을 싣고 왔지만 떠날 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차는 시골길을 따라 심하게 덜컹거렸고, 타오화이난은 두 손으로 안전벨트를 꽉 쥔 채 고개를 창쪽으로 향했다. 밖이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었다.
아마 온통 하얀색일 것이다. 이곳은 눈이 아주 많이 쌓였으니까.
차가 꽉 닫히지 않아 바람이 샜고, 타오화이난은 조금 추워졌다. 그가 등받이에 몸을 더 바짝 붙이자 옆에 있던 형이 힐끗 보고는 졸리면 자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차만 타면 쉽게 졸음이 오기 마련이라 타오화이난은 하품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마을에서 점점 멀어졌다. 부모님과 형이 수년 동안 살았던 곳으로 이제 부모님이 다시 돌아가신 셈이었다.
타오화이난은 눈을 감은 채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좌우로 흔들리는 진동 속에서 점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잠이 꽤 깊고 오래 들었던 모양인지 차 문 닫히는 소리에 깼을 때도 정신이 몽롱했다. 그는 차가 이미 멈췄다는 것을 느꼈다.
"형?"
그의 형은 차 안에 없었다.
주변의 일시적인 정막이 타오화이난을 당황하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눈을 감고 다시 등받이에 기대어 귀를 쫑긋 세우고 밖의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형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의 기다림은 길지 않았고 곧 형이 돌아왔다.
차 문이 열리자, 예전에 한 번 들은 적 있는 날카로운 울부짖음이 함께 울려 퍼졌다.
할머니는 방언이 섞인 말투로 아주 빠르게 말해서 타오화이난은 그저 울고 있다는 것만 알 뿐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타오화이난은 좌석에 몸을 웅크린 채 겁먹은 메추라기처럼 떨고 있었다.
형이 운전석으로 돌아오자 타오화이난은 손을 뻗어 형을 더듬어 보았다. 뒤에서 노인이 울며 비는 소리가 들렸다. "살려주게! 타오가네 아이야, 제발 좀 살려줘!"
이번에는 타오화이난도 알아들었다.
그는 형이 뒤를 돌아보며 말하는 소리도 들었다. "계속 안고 있지 마시고 바닥에 내려놓으세요. 평평하게 눕혀야 해요."
노인은 다 큰 남자아이를 감당하기 버거웠는지 무언가 툭 하고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고, 이어 할머니가 울부짖었다. "애가 아직 경련을 해! 피가 이렇게나 많이!!!"
할머니는 절망 섞인 욕설을 내뱉으며 계속해서 울었고, 울음소리는 높아졌다 낮아졌다를 반복했다.
차 안에 희미한 피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타오화이난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초점 없는 눈을 깜빡이며 앞을 멍하니 응시했다.
얼마 후 형은 현(县) 병원 입구에 차를 세우고 뒷문을 열어 무언가를 안아 올렸다. 그리고는 차 문을 잠그며 타오화이난에게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타오화이난은 고개를 끄덕였다. 형의 발소리가 빠르게 멀어지는 소리와 노인의 어지러운 발소리, 당황한 울음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차 안은 다시 고요해졌지만, 사방에 퍼진 비릿한 피 냄새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타오화이난은 뻣뻣하게 앉아 미세하게 몸을 떨었다. 역시나 무서웠다.
그 노인의 울음소리를 그는 한 번 들은 적이 있었다. 그녀는 츠씨네 아이의 할머니였다.
'진년열구 陈年烈苟 > 진년열구 00장~24장(무료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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