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이 이름은 할머니가 지어주신 것이었다. 태어나서 줄곧 호적에 올리지 못하다가 네 살 때 마을에서 강제로 등록하게 되자, 할머니는 한참을 고민하다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씀하셨다. "그냥 츠쿠로 하자. 태어날 때부터 고생만 하니."
할머니는 천한 이름이라야 잘 산다고, 천한 팔자는 귀한 이름을 감당하지 못한다고도 하셨다.
천한 팔자는 정말 질기기도 했다. 지난 세월 츠쿠는 아빠에게 그렇게 두들겨 맞고 짓밟히면서도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타오샤오동이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지어준 거야?"
"할머니요." 츠쿠가 답했다.
타오샤오동은 무언가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어린아이는 이름의 함축적인 의미를 모를 수도 있고, 제 이름이 어떻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타오샤오동은 지나가며 아이의 머리를 가볍게 딱밤을 때리며 말했다. "꽤 예술적이네."
타오샤오동이 아이들을 위해 밥을 하러 주방으로 가자 두 꼬맹이는 소파에 앉았다. 타오화이난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네 이름 진짜 안 예쁘다."
츠쿠는 그를 바라보았을 뿐 대꾸하지 않았다.
타오화이난은 예전에 말실수해서 상대가 도망갔던 일은 까맣게 잊었는지 다시 혼자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듣기만 해도 입안이 써. 쓴 게 뭐가 좋다고. 츠톈(甜티엔/톈 : 달다)이라고 부르면 얼마나 좋아."
그의 재잘거림은 끝날 기미가 없었다. "네가 듣기에도 쓰지 않아?"
타오샤오동이 고개를 돌려 밖을 살피니, 츠쿠는 무표정하게 앉아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
아이의 할머니가 그의 팔을 붙잡고 아이를 데려가 달라고 빌었을 때 타오샤오동은 본래 정말로 데려올 생각은 없었다. 한 생명을 거두는 일은 무거운 책임이었고, 타오샤오동 자신도 부모 없이 동생을 짊어지고 사는 처지에 아이 하나를 더 키울 여력은 없었다.
노인은 울며 한참을 매달렸다. 그저 밥이나 좀 먹여달라고.
타오샤오동이 아무리 냉정하려 해도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타오씨네 사람들은 대대로 마음이 약했다.
그가 대답하지 않자 노인은 계속해서 빌었고 그 애처로운 통곡과 간청은 듣는 이의 마음을 저미게 했다.
품에 안긴 타오화이난은 한 손으로 형의 목을 감싸고는 입술을 달싹이더니, 얼굴을 형의 귀에 바짝 대고 아주 작고 낮게 "형" 하고 불렀다.
타오화이난은 스스로 더듬거리며 밥 한 공기를 비웠다. 제 전용 큰 숟가락으로 밥그릇을 한참 헤집어도 입안에는 밥알 몇 개만 들어오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미 익숙해진 듯 조급해하거나 화내지 않고 한 손으로 그릇을 받친 채 한 숟가락씩 담담하게 입가로 가져갔다.
타오샤오동은 때때로 동생의 그릇에 반찬을 집어 넣어주었지만, 타오화이난이 힘들게 먹는데도 먹여줄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시골집에 있던 며칠 동안은 줄곧 그가 먹여주었다. 그때 형제가 안에서 밥을 먹이고 먹을 때 츠쿠는 커다란 대접을 들고 벽 구석에서 밥을 먹곤 했다.
"우리 언제 스예예(十爷爷) 데리러 가, 형?" 타오화이난이 물었다.
"톈(田) 아주머니가 시골집으로 데려가셨어." 타오샤오동이 휴지를 뽑아 동생의 턱에 묻은 밥알을 닦아주며 말했다.
"보고싶단 말이야." 타오화이난이 다시 입안으로 밥을 밀어 넣었다. 숟가락을 물기 위해 입을 크게 벌렸는데, 이번에는 반 숟가락이 넘는 꽤 많은 양이었다.
"알아." 타오샤오동은 맨밥만 먹는 츠쿠를 힐끗 보더니 반찬을 집어 그의 그릇에 놓아주었다. 그리고 타오화이난에게 이어서 말했다. "톈이 형이 돌아오자마자 바로 데려다줄 거야."
츠쿠는 사실 더 먹을 수가 없었다. 여전히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어지러웠으며 다친 머리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묵묵히 밥 한 공기를 다 비운 뒤, 자리에 앉아 타오화이난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타오샤오동이 물었다. "다 먹었니?"
고개를 끄덕이는 츠쿠의 동작이 다소 뻣뻣해 보였다.
타오화이난도 말했다. "나도 다 먹었어."
"넌 얼른 네 밥이나 먹어." 타오샤오동이 핀잔을 주었다. "너 고작 몇 숟갈이나 먹었다고."
타오화이난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안 넘어가는 걸 어떡해. 형이 먹여주면 안 돼?"
타오샤오동은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살짝 웃었지만,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 "스스로 먹어."
타오화이난은 식사를 마치는 데 30분이 걸렸고, 다 먹은 뒤에는 귤도 하나 까먹었다. 그는 귤껍질을 벗겨 옆으로 절반을 내밀었지만 츠쿠가 받지 않자 다시 가져와 혼자 다 먹었다.
밤이 되자 타오샤오동은 두 아이를 모두 씻겼다. 아이들을 홀딱 벗겨 욕조 안에 앉혀두니 타오화이난은 뽀얗고 보드라운 살집이 살짝 붙은 모습이었지만, 한쪽 구석에 잔뜩 웅크린 채 움직이지 못하는 다른 아이는 얇은 가죽 아래 뼈마디가 툭툭 불거져 있었다. 몸 여기저기에 남은 크고 작은 상처와 흉터는 보는 이의 미간을 절로 찌푸려지게 했다.
타오화이난은 손을 뻗어 옆 선반에 있는 어린이용 바디워시를 찾았다. 달콤한 우유 향이 나는 바디워시를 목욕 타월에 묻혀 제 몸을 문질렀다. 타오샤오동은 일단 동생을 내버려 두고 수납장에서 때밀이 수건을 찾았다.
츠쿠는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고 뜨거운 물이 닿자 온몸이 따끔거리고 아팠다. 그는 타오화이난이 거품을 내어 몸을 문지르는 것을 지켜보았고, 욕조 물 위로 거품이 점점 번져갔다.
타오샤오동은 수건 한 장을 가져와 물에 적신 뒤 츠쿠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수면 위로 드러난 가냘픈 어깨를 덮어준 것이었다.
"일단 몸 좀 불려라, 이따가 때 좀 밀어야겠다." 타오샤오동이 아이의 몸에 물을 끼얹으며 웃으며 말했다. "너 꼬질꼬질한 것 좀 봐."
츠쿠는 뜨거운 물속에 앉아 온몸이 뜨겁고 가려웠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는 벙어리처럼 굴었다. 이 환경과 도무지 섞이지 못하는 이질감이 감돌았다.
타오샤오동은 아파 보이는 상처 부위들을 피해서 때를 두 번이나 밀어주었다. 아이는 정말 지저분해서 때가 엄청나게 밀려 나왔다. 타오샤오동은 때를 밀어주며 제 어린 시절이 떠올랐는지 말했다. "나도 어릴 때 너 같았어. 겨울 내내 안 씻다가 여름이면 강물에 들어가서 살았지."
옆에서 듣고 있던 타오화이난이 거들었다. "엄마 아빠가 강에 가지 말라고 했잖아."
"내가 말을 안 들었지." 타오샤오동이 껄껄 웃었다. "너처럼 착하질 못해서 부모님이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 하다가 매일 얻어맞았어."
"아빠도 형이 말 안 듣는다고 했어." 타오화이난은 부모님 생각이 났는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빠가 형이 엄청 장난꾸러기라고 그랬어."
"그래, 나 말썽꾸러기였지." 타오샤오동은 다시 웃으며 츠쿠의 한쪽 팔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겨드랑이를 닦아주었다. 츠쿠는 간지럼을 타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때를 밀어주는 것도, 이렇게 사람과 가까이 닿는 것도 익숙지 않아 팔을 움츠리며 피하려 애썼다.
"가만히 있어." 타오샤오동이 타일렀다.
한 시간 넘게 목욕을 하느라 두 아이의 손가락은 퉁퉁 불어 쭈글쭈글해졌다. 타오화이난은 몸을 닦은 뒤 쭈글거리는 손가락으로 얼굴과 입술을 문질러 보았다. 생소한 감촉이 재미있는지 매번 한참을 그러고 놀았다.
츠쿠는 커다란 목욕 타월에 싸인 채 타오샤오동의 어깨에 메여 나와 소파에 내려졌다. 타오화이난이 그에게 물었다. "너도 손 쭈글쭈글해졌어?"
츠쿠는 대답하지 않았다.
타오샤오동은 연고 한 통을 가져와 츠쿠의 상처 부위에 발라주었다. 남자의 손힘으로 문지르니 꽤 아플 법도 했지만, 츠쿠는 고통에 익숙해진 터라 이 정도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앞으로 아침저녁으로 세수하고 양치해라. 밤에는 목욕도 꼭 하고." 타오샤오동은 약을 다 바르고 잠옷 한 벌을 던져주었다. "여기서는 더 이상 흙강아지처럼 살면 안 돼.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는 법이지."
츠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콧물이 흘러나오자 타오샤오동이 휴지를 뽑아 건네주었다.
밤에 타오샤오동은 타오화이난과 함께 자고, 츠쿠는 혼자 방을 썼다. 도시의 밤은 의외로 밝아서, 불을 꺼도 창밖에서 빛이 스며들었다. 가로등의 노란 불빛이 유리창을 통해 들어와 모든 것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말수가 많은 타오화이난은 형에게 쉴 새 없이 무언가를 재잘거렸고, 타오샤오동은 그를 두어 번 다독이며 얼른 눈 감고 자라고 일렀다.
타오화이난이 물었다. "츠쿠는 잠들었을까?"
"잠들었지, 애들은 다 잔단다. 이 아파트 단지에서 이 시간까지 안 자는 애는 너뿐이야."
타오화이난이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다 거짓말이야."
타오샤오동이 대꾸하지 않자, 타오화이난은 잠시 후 더듬더듬 형의 귀를 찾아내 귓불을 만지작거리며 놀았다. 제 작은 담요를 덮고 잠이 들락말락 하던 그는 문득 생각난 듯 다시 물었다. "내일 티엔이 형이 스예예를 데려다줄 수 있을까?"
타오샤오동이 말했다. "내일은 못 온데."
"내일모레는?"
"모르겠어."
"글피는?"
"그만 말하고 자."
그제야 타오화이난은 눈을 감았다. 아이들은 잠이 금방 드는지라 몇 초 지나지 않아 숨을 고르게 몰아쉬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츠쿠는 그렇게 도시의 타오가(家) 형제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는 여전히 말이 거의 없었고 무표정한 얼굴로 침묵을 지켰다.
타오화이난은 처음엔 자꾸 말을 걸었지만, 츠쿠가 번번이 반응이 없자 결국 말을 거는 것을 그만두었다.
스예예는 타오화이난의 개로, 아주 나이 많은 골든 리트리버였다. 한 배에서 난 열 마리 새끼 중 막내라 어릴 땐 '스토우(돌멩이)'라고 불렸다.
원래는 티엔이의 할머니가 키우시던 개였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티엔이가 맡고 있었다. 타오화이난이 그의 집에 갔을 때 개와 한참을 놀아주는 것을 보고 티엔이가 아예 타오화이난에게 말동무 겸 키우라고 보내준 것이었다.
개가 너무 늙어서 타오화이난은 녀석을 스예예(열번째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타오샤오동이 매일 집에 있는 것은 아니었고 가끔 아주 늦게 귀가하곤 했다. 그가 없을 때는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가 와서 밥을 차려주고 빨래를 하며, 강아지 산책도 시켜주었다.
산책하러 나갈 때 타오화이난은 이따금 따라나섰지만 츠쿠는 절대로 가지 않았다.
도우미 아주머니는 츠쿠를 싫어했다. 눈빛에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그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츠쿠는 원래부터 남에게 사랑받을 만한 아이가 아니었고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누구에게 사랑받아 본 적이 없었다. 츠씨 집안 아이들이 다 그랬다. 생김새부터가 인색하고 짜증을 유발하는 상이었다.
때로는 타오샤오동이 밤에도 돌아오지 않을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면 아주머니가 거실 소파에서 잠을 잤다. 형이 있을 땐 형과 함께 잤지만, 형이 없는 밤이면 타오화이난은 제 작은 담요를 껴안고 츠쿠를 찾아와 함께 잤다.
츠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비켜주었다. 두 아이는 각자 한쪽씩 자리를 잡았는데, 츠쿠는 벽에 붙고 타오화이난은 침대 가장자리에 누웠다.
타오화이난은 잠버릇이 험했는데, 어느 날 한밤중에 몸을 뒤척이다 그만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두 아이 모두 잠에서 깼고 타오화이난은 당황하며 사방을 더듬거렸다. 꿈결에 깨어보니 주변은 온통 차갑고 딱딱한데 앞은 보이지 않으니, 순간 겁에 질려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츠쿠가 몸을 굽혀 그에게 손을 뻗었다.
타오화이난은 짧게 비명을 지르며 정체 모를 손길에 놀라 뒤로 움츠러들었다.
츠쿠가 침대에서 뛰어 내려왔고 그 역시 조금 당황한 듯 곁에 쭈그려 앉아 말했다. "나야."
타오화이난은 그의 팔을 더듬어 만졌다. 바닥에 닿은 손바닥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츠쿠가 다시 말했다. "바닥으로 떨어졌어. 일어나."
타오화이난은 츠쿠의 팔을 붙잡고 일어섰다. 다른 한 손은 허공을 더듬거리며 찾았고, 츠쿠가 먼저 침대에 앉아 팔을 잡아당겨 주자 타오화이난은 침대를 찾아내 조심스럽게 앉았다.
"나 왜 떨어진 거야?" 타오화이난이 입술을 삐죽이며 물었다. 놀란 뒤끝이라 얼굴엔 불만이 가득했고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몰라." 츠쿠 역시 깜짝 놀란 상태였다. 잠결에 쿵 하는 큰 소리가 들리자 순간 아빠가 문을 밀치고 들어온 줄 알았던 것이다.
거실에 계신 아주머니는 깊이 잠들었는지 아이들이 부산을 떨어도 듣지 못했다.
타오화이난은 한참 동안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말도 안 하고 잠도 자지 않았고, 츠쿠도 그 옆에 같이 앉아 있었다.
얼마 후 츠쿠가 타오화이난을 안쪽으로 밀며 거기서 자라고 했다. 타오화이난은 안쪽으로 기어 들어가 제 작은 담요를 끌어당겨 덮고 누웠다. 벽을 한번 만져보고는 옆에 있는 츠쿠를 살짝 건드려 보았다.
두 아이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팔을 맞댄 채 각자 다시 잠이 들었다.
'진년열구 陈年烈苟 > 진년열구 00장~24장(무료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진년열구] 제7장. (0) | 2026.01.13 |
|---|---|
| [진년열구] 제6장. (0) | 2026.01.13 |
| [진년열구] 제4장. (0) | 2026.01.12 |
| [진년열구] 제3장. (0) | 2026.01.12 |
| [진년열구] 제2장. (0) | 2026.01.09 |